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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비가 오네요.

모처럼 빗소리를 들으며 방안에 있으니 왠지 책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다 전에 아내가 선물해 준 책에 눈길이 갔습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긴 죄』

 

빗소리를 음악삼아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밖에는 비가 내리지만 나는 분명 방 안이었는데...

 

.

.

.

사연 하나만 살짝 옮겨 볼께요.

 

<집을 떠나지 못한 이유>

 

엄마는 6.25가 일어났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깊은 산골에서

7남매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그런 엄마의 꿈은 도시로 나가 사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꿈과 상관없이 시부모와 시동생들이 줄줄이 있는

농촌으로, 그것도 장남에게 시집을 왔습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대가는 시동생들이 하나둘 출가하면서 바닥이

났고, 그사이 우리 세 남매도 태어나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아들만 있는 집의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딸이 하나면 사랑을

많이 받는게 보통인데, 저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딸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좀 혹독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제게 밥 짓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상을 차리고, 반찬 만드는 방법 등을 가르쳤거든요.

엄마가 농사뿐 아니라 근처에서 식당 일까지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엄마를 향한 원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 부모님이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집안일을 도운다며 칭찬을 하는 겁니다. 그 순간 얼굴이 발갛게 달아

올랐습니다. 친구에게 가난한 집안 형편을 들켜버린 것만 같아 창피

했거든요. 그날부터 엄마에 대한 불평이 더욱 늘었습니다.

 

이후 집안에 큰 시련이 닥쳤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 년 사이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는데, 타지에서 일하던 아버지도 끼니를 술로

대신하다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진 겁니다.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든 수발을 들며 아빠의 병간호까지

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식들을 키우고 집안 살림을 했습니다.

엄마의 고생을 눈으로 다 보면서 저희들은 엄마의 눈치만 살폈지 그

힘겨움을 함께 나눌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 시간이 8년 넘게 이어지던 어느 날입니다. 명절을 맞아 친척들이

둘러 앉았는데, 그때 엄마가 절규 비슷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는

겁니다. "이제, 더 이상 못하겠습니다. 하루에 골백번도 더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요. 너무 힘듭니다."

 

그때 처음 엄마의 눈물을 봤습니다. 친척들도 엄마의 반응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엄마를 도운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진 엄마의 말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근데. 내가 집을 나가버리면 향이 저거 혼자 고생할까봐..."

 

치열한 고통 속에서도 엄마를 붙들었던 건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

바로 저였습니다. 제가 자신처럼 힘들게 살까봐, 엄마는 고통 속에서도

참고 버텼던 겁니다. 엄마의 마음을 알아버린 그해 명절은 서늘한

바람보다 더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그리고 따갑도록 아팠습니다.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던 엄마, 그래서 한없이 원망만 했던 엄마에게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엄마가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었습니다.

 

예전보다 더 야윈 엄마를 보니 자식은 부모의 살을 먹고 산다는 말이 

사실인가 봅니다. 엄마의 인생을 뒤늦게 이해한 딸이 고개 숙여

용서를 빕니다.

.

.

.

젊은 시절 자녀들 키우시느라 당신의 모든것을 내놓으시며 고생하신

연로하신 부모님.

그 댓가로 이제는 거동도 못하시고 힘겹게 고통과 사투하시며

밤새 신음하시는 부모님...

그렇게 일상처럼 지내다보니 나를 위해 희생하신 결과인 것을 망각한

채 병수발 드는 것이 무슨 대단한 훈장인 것 마냥 여겼던 제가 참으로

부끄러워 집니다. 

좀 더 일찍 부모님과 함께 했으면, 조금이라도 부모님과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봤으면, 조금이라도 맛있는거 먹으러 다녀봤으면...

그래도 아직 곁에 계신 것 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더 늦기 전에 조금이라도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ps. 이 책은 멜기세덱 출판사에서 발행했네요.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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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디모앙
대충 사용하다 고장나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죠 정확하게 사용하면 뭐가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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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펄 벅은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느 해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였습니다.


아버지가 먼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마을에는 '백인인 펄 벅의 어머니가 신을 분노하게 만들어서 가뭄이 

계속된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사람들의 불안은 점점 분노로 변했고, 어느 날 밤 사람들은 펄 벅의 어머니를 해치기 위해 펄 벅의 집으로

몰려왔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펄 벅의 어머니는 무섭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집 안에 있는 찻잔을 모두 꺼내 차를 따르게 하고 케이크와 과일을 접시에 담게 했습니다.


그리고 대문과 집 안의 모든 문을 활짝 열어두고는, 마치 이날을 준비한 것처럼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 앉았습니다.


어린 펄 벅에게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하고 어머니 자신은 바느질감을 들었습니다.


잠시 뒤 함성이 들리더니 몽둥이를 든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사람들은 굳게 잠겨 있으리라 여겼던 문이 열려 있자 어리둥절한 얼굴로 방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정말 잘 오셨어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들어와서 차라도 한잔 드세요." 하며 정중하게 차를

권했습니다.


그들은 멈칫거리다가 못 이기는 척 방으로 들어와 차를 마시고 케이크를 먹었습니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그들은 구석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과 어머니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냥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내렸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동네 사람들을 맞이했던 용기로 펄 벅의 어머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두렵고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도와주심을 믿고 용기를 내서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한다면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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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사용하다 고장나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죠 정확하게 사용하면 뭐가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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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설명서


보이지 않아도

내가 원하면 언제든 옆에 있음


아프면

언제나 제일 먼저 간호해 줌


배고프면

울면 해결됨


정리하지 않고 나가도

들어오면 다 정리되 있음


내 몸에 이상이 있는 걸

나보다도, 의사 보다도 먼저 알아채림


다친건 나인데

자기가 더 아파함


상처주고 자존심 상하게 해도

웃기만 함


맨날 주면서도

주지 못해 미안해 함


갓 태어날 때 내 사소한 몸짓도 기억하면서

어제 저지른 자녀의 불효는 기억 못함


너무 쉽게 사용하여

너무 자주 사용하여

닳아버렸는데도 계속 사용함


사실

사용설명서 없어도 자동으로 작동됨


사용하고 보니

죄송하기만하고

제대로 된

사용설명서가 진짜로 필요함


잘못 사용하면

평생 후회와 눈물만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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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사용하다 고장나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죠 정확하게 사용하면 뭐가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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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새벽녘

호흡 곤란으로 급히 병원 응급실로 다녀온 뒤

오늘 정식으로 입원 수속을 밟았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아버지 간병하다

어머니마저 병원에 입원하고 보니

자녀들이 많아도

막상 두 분을 어떻게 간병해야하나

형제들끼리 걱정부터 앞서네요


다행히 형제들이 저마다의 사정을 뒤로하고

일본에서, 서울에서

다 고향으로 왔습니다


일 끝나고 어머니 뵈러 가는데

식사도 제대로 못드신다기에

죽이라도 드시라고 챙겼지만

숨조차 쉬시기 버거워 하시는데...


일평생 자녀위한 일이라면

천하장사보다 더한 괴력도 발하시던 분이

이제 마지막 남은 힘까지 자녀위해 다 쓰시고

그렇게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그리 힘든 와중에도

자녀 걱정부터 하시는 우리 어머니


도대체

어머니의 그 희생과 사랑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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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

가장 좋아했던 곳


이제는 기억조차 없지만

수 천번은 족히 사용했던 곳


따스한 온기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향기가 가득했던 곳


그래서

가장 행복했던 곳


어느덧

세월 흘러 다 잊어버린 곳


유일한 기억 한조각


어느 새벽녘

고열에 아파하던 날


병원도 없는 시골마을

황망히 일어나 포대기로 업으시고

시간도 아랑곳없이

달리고 달려 걸음보다 더 바쁜 마음

문 두드리며 우리 아이 살려달라고

그저 침 한대만 놔달라고...


그 이후로도 

병원 한 번 가지 않았어도

이 나이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이유

그 어떤 의사보다 용한 

당신의 사랑, 희생, 눈물

.

.

.

속절없는 세월앞에

초라해진 그 곳


넉넉했던 당신의 등은

어디가고 

신음소리만 노래가 되었네


어둠 너머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불효자의 넋두리


나을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당신 업고 달려갈텐데


의술도 좋아지고

과학도 발전하고

큰 병원도 많은데


왜 난 당신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지


어디로 갈까요 

어떻게 하나요


아무래도 당신의 사랑에는,

당신의 희생에는 

도저히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한 평생

자녀위해 사시고도

오늘도 자녀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시나이까


그저

당신의 생명을 갉아먹은

이 불효자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어머니

아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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